2026-09-14 · 노지민 (수석연구원)

심방세동은 왜 뇌졸중으로 이어지고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CHA2DS2-VASc 점수부터 항응고제·전극도자절제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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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세동은 왜 뇌졸중으로 이어질까

핵심은 맥박이 불규칙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로 좌심방 안에서 피가 정체되어 혈전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면 좌심방귀(좌심방이)라는 주머니 구조에 피가 고이고, 여기서 만들어진 혈전이 떨어져 나가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됩니다. 국내 데이터는 규모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심방세동 유병률은 10년 사이 2배, 발생률은 1.5배 늘었고 80세 이상에서는 13%에 이릅니다. 2022년 기준 국내 환자의 평균 연령은 70세, CHA2DS2-VASc 평균 점수는 3.6점이며, 이 점수로 예측한 연간 뇌졸중 발생률은 3.6%였습니다. 뇌졸중 예방이 필요한 2점 이상 환자가 83%였습니다. 치료의 출발점은 증상 조절이 아니라 이 위험도 계산입니다.

목차

건강검진 심전도 한 장에서 시작된 진단

심방세동 환자의 상당수는 증상 때문이 아니라 검진에서 발견됩니다. 진료 현장에서 반복해서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68세 남성이 회사 정기검진 심전도에서 "부정맥 소견, 정밀검사 요망"을 받고 내원합니다. 본인은 아무 불편이 없다고 말합니다. 계단을 올라가면 좀 숨차긴 한데 나이 탓이라고 생각했다고요.

여기서 중요한 건 그다음 질문입니다. "혹시 예전에 가슴이 두근거린 적이 있었나요?" 대부분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답합니다. "몇 년 전에 몇 번 그런 적이 있긴 한데, 금방 괜찮아져서 그냥 넘겼습니다." 발작성 심방세동이 이미 수년 전부터 있었다는 뜻입니다.

무증상이라는 말은 위험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증상이 없으면 진단이 늦고, 그사이 혈전 위험에 노출된 기간이 길어집니다. 실제로 뇌졸중으로 응급실에 온 뒤에야 심방세동을 처음 진단받는 환자가 적지 않습니다. 이때는 이미 후유증이 남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진료에서는 증상 유무보다 위험 인자와 나이를 먼저 봅니다. 앞의 환자는 고혈압과 당뇨가 있었고, 계산해보니 CHA2DS2-VASc 4점이었습니다. 증상은 없지만 항응고 치료 대상이었습니다.

심방세동이란 무엇인가: 증상과 분류

심방세동은 심방이 규칙적으로 수축하지 못하고 분당 수백 회로 미세하게 떨리는 상태입니다. 심실로 전달되는 신호가 불규칙해지면서 맥박도 들쭉날쭉해집니다. 손목에서 맥을 짚으면 간격이 제멋대로인 것이 특징입니다.

증상은 사람마다 크게 다릅니다. 가슴 두근거림, 숨참, 피로, 어지럼이 흔하지만 앞서 본 것처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방세동 자체가 즉시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는 드물고, 문제는 합병증입니다. 뇌졸중 위험은 일반인의 약 5배로 알려져 있고, 심방이 제 기능을 못 하면서 심부전이 동반되거나 악화되기도 합니다.

심방세동으로 생긴 뇌졸중은 다른 원인의 뇌졸중보다 예후가 나쁜 편입니다. 심장에서 만들어진 혈전은 크기가 커서 굵은 혈관을 막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손상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뇌경색이라도 원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지요. 이것이 심방세동에서 예방적 항응고 치료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분류지속 기간특징
발작성7일 이내 저절로 정상 리듬 회복증상이 왔다 갔다 해 진단이 늦기 쉬움
지속성7일 이상 지속약물·전기 충격으로 리듬 전환 시도
장기 지속성1년 이상 지속리듬 조절 성공률이 낮아짐
영구형리듬 회복을 시도하지 않기로 한 상태심박수 조절과 항응고에 집중

진단은 심전도로 확인합니다. 증상이 간헐적이면 일반 심전도에서 잡히지 않을 수 있어 24시간 홀터 검사나 사건기록기, 최근에는 웨어러블 기기의 기록이 단서로 쓰이기도 합니다. 다만 웨어러블 결과만으로 진단을 확정하지는 않고, 반드시 의료기관 심전도로 확인합니다.

CHA2DS2-VASc 점수: 치료를 가르는 첫 번째 계산

항응고 치료 여부는 증상의 세기가 아니라 이 점수로 결정합니다.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C: 울혈성 심부전 1점
  • H: 고혈압 1점
  • A2: 75세 이상 2점
  • D: 당뇨병 1점
  • S2: 뇌졸중·일과성허혈발작·혈전색전증 병력 2점
  • V: 혈관질환(심근경색·말초동맥질환·대동맥판 죽상반) 1점
  • A: 65~74세 1점
  • Sc: 여성 1점

대한부정맥학회 지침은 남성 2점, 여성 3점 이상에서 적극적인 항응고 치료를 권고합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여성이라는 항목은 단독으로는 위험 인자가 아니라 위험을 증폭시키는 인자로 봅니다. 그래서 남녀의 기준점이 1점 차이로 설정돼 있습니다.

중간 위험군에 대한 논의도 정리되는 추세입니다. 남성 1점, 여성 2점에 해당하는 환자에서도 항응고 치료가 뇌졸중 발생 위험을 상당 폭 낮춘다는 국내 분석이 보고되면서, 저위험군이 아닌 이상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출혈 위험도 함께 평가합니다. HAS-BLED 점수가 높다고 해서 항응고제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조절 가능한 출혈 위험 요인(조절되지 않는 혈압, 과음, 병용 약제)을 교정하고 더 자주 추적하라는 신호로 씁니다. 이 부분을 반대로 이해해 약을 임의로 끊는 경우가 실제로 문제가 됩니다.

점수 계산에서 자주 놓치는 항목도 있습니다. 혈관질환에는 심근경색 병력뿐 아니라 말초동맥질환과 대동맥의 죽상반이 포함되는데, 환자 본인이 이를 심장 문제로 인식하지 않아 병력 청취에서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거 검사 기록을 챙겨 가시면 점수 산정이 정확해집니다.

항응고 치료: 와파린에서 NOAC, 그리고 그 다음

과거에는 와파린이 표준이었습니다. 효과는 확실하지만 음식과 약물 상호작용이 많고 INR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비판막성 심방세동에서 NOAC(직접작용 경구항응고제)이 우선 권고됩니다. 아픽사반, 리바록사반, 에독사반, 다비가트란이 여기 속하고 정기 혈액 모니터링 없이 고정 용량으로 복용합니다.

다만 NOAC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신기능에 따라 용량을 조정해야 하고, 반감기가 짧아 하루만 걸러도 보호 효과가 빠르게 떨어집니다. 와파린은 며칠 걸러도 효과가 서서히 줄지만 NOAC은 그렇지 않습니다. 복약 순응도가 곧 치료 효과인 약입니다.

기계판막을 가진 환자나 중등도 이상 승모판 협착증 환자에서는 여전히 와파린을 씁니다. 이 경우 NOAC은 권고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출혈 위험을 더 낮추려는 방향의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11인자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항응고제를 기존 약제와 비교한 임상이 보고됐고,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나 안정형 관상동맥질환을 동반한 환자에서 항혈소판제와 항응고제를 어떻게 조합할지에 관한 연구도 축적되고 있습니다. 이런 조합 판단은 개인의 출혈·혈전 위험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심박수 조절과 리듬 조절, 무엇을 먼저 할까

치료 전략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심박수 조절은 심방세동을 그대로 두되 심실 박동수를 적정 범위로 낮추는 방식이고, 리듬 조절은 정상 동율동으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오랫동안 두 전략의 생존율 차이가 없다는 연구들이 있었지만, 최근 흐름은 달라졌습니다. 진단 후 1년 이내의 조기 심방세동에서는 증상이 없더라도 적극적인 리듬 조절이 예후에 유리할 수 있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습니다. 심방이 오래 세동 상태로 있으면 구조적 변화가 굳어져 나중에는 리듬을 되돌리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심박수 조절에는 베타차단제, 비디하이드로피리딘계 칼슘차단제, 디곡신 등이 쓰입니다. 리듬 조절에는 항부정맥제와 전기적 심율동전환, 그리고 시술적 치료가 있습니다. 어느 쪽을 택하든 항응고 치료는 별개로 유지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리듬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항응고제를 끊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극도자절제술과 좌심방이폐색술은 언제 고려하나

전극도자절제술은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심장 안으로 도자를 넣고, 3차원 매핑 시스템으로 심방세동의 기원이 되는 부위를 찾아 에너지를 가해 전기적으로 차단하는 시술입니다. 폐정맥 입구를 격리하는 것이 기본 술식입니다. 약물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거나, 조기 심방세동에서 적극적 리듬 조절이 필요할 때 고려합니다.

최근에는 펄스장절제술이 도입됐습니다. 고주파나 냉각풍선 방식과 달리 전기장을 이용해 심근 세포만 선택적으로 손상시키는 원리라, 식도나 횡격신경 같은 주변 조직 손상 위험이 낮고 시술 시간도 크게 줄어듭니다.

좌심방이폐색술은 방향이 다릅니다. 혈전이 주로 생기는 좌심방귀 입구를 기구로 막아버리는 시술로, 항응고제를 쓰기 어려운 환자 — 반복적인 출혈이 있었거나 출혈 위험이 매우 높은 경우 — 가 주된 대상입니다. 모든 심방세동 환자에게 항응고제를 대체하는 선택지는 아닙니다.

절제술 이후 항응고제를 언제까지 써야 하는가는 오랜 논쟁거리였습니다. 국내에서 수행된 무작위 임상연구를 포함해 관련 근거가 최근 발표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위험도가 낮은 일부 환자에 한정된 논의이고 표준 진료는 여전히 위험 점수에 따른 지속 투여입니다.

진단 이후 환자가 확인해야 할 4가지

1단계, 자신의 CHA2DS2-VASc 점수를 압니다. 담당 의료진에게 "제 점수가 몇 점인가요"를 직접 물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숫자 하나가 항응고 치료 여부와 목표를 결정합니다. 점수는 나이가 들거나 새로운 질환이 생기면 올라가므로, 진단 당시의 점수가 영구적인 값은 아닙니다.

2단계, 항응고제 복용 시간을 고정합니다. NOAC은 거르면 효과가 빠르게 떨어집니다. 알람이나 약통을 쓰고, 여행이나 시술로 일정이 흔들릴 때는 미리 상의해 계획을 세워두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치과 치료나 내시경 전 임의 중단이 특히 위험합니다.

3단계, 혈압·혈당·수면무호흡·음주를 함께 관리합니다. 이 요인들은 심방세동 재발률을 직접 끌어올립니다. 특히 수면무호흡은 치료하지 않으면 절제술 후 재발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므로, 코골이가 심하다면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관련 내용은 수면 무호흡증 치료 가이드에 정리돼 있습니다.

4단계, 뇌졸중 초기 증상을 가족과 함께 익혀둡니다. 얼굴 한쪽 마비, 한쪽 팔다리 힘 빠짐, 말이 어눌해짐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연락해야 합니다.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은 큰 혈관이 막히는 경우가 많아 시간에 따른 예후 차이가 큽니다. 뇌졸중 골든타임 안내를 함께 읽어두시면 도움이 됩니다.

FAQ

증상이 전혀 없는데도 약을 먹어야 하나요? 네. 항응고 치료는 증상을 줄이려고 쓰는 약이 아니라 혈전과 뇌졸중을 막기 위한 약입니다. 무증상 환자도 혈전 위험은 동일하게 있고, 오히려 증상이 없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만큼 노출 기간이 길어집니다. CHA2DS2-VASc 점수가 기준 이상이면 증상 유무와 무관하게 권고됩니다.
아스피린으로 대신할 수는 없나요? 안 됩니다. 아스피린은 항혈소판제로 동맥의 죽상경화성 혈전에는 효과가 있지만, 심방 안에서 피가 정체되어 생기는 혈전에는 예방 효과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저위험군에 아스피린을 쓰기도 했으나 현재 지침에서는 심방세동의 뇌졸중 예방 목적으로 권고하지 않습니다.
스마트워치에서 심방세동 알림이 떴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의료기관에서 심전도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웨어러블 기기의 알림은 선별 목적이고 위양성도 있습니다. 다만 무시하지는 마세요. 특히 알림이 반복되거나 두근거림·숨참이 함께 있다면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록을 화면 캡처해 가시면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절제술을 받으면 완치되나요? 완치라는 표현보다 재발률을 낮추는 치료로 이해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시술 후에도 일정 비율에서 재발하며, 재시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심방세동이 오래 지속된 경우나 좌심방이 크게 확장된 경우 성공률이 낮아집니다. 시술 후에도 위험도에 따라 항응고 치료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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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논문